"AI가 마케터의 감을 대체한다"는 화장품 회사의 도박
출처 채널: 조코딩 JoCoding
"소비자의 마음을 해킹할 수 있지 않을까."
이 말을 꺼낸 사람은 해커도, 테크 스타트업 창업자도 아니다. 창업 9년 차 스킨케어 D2C 브랜드 메디테라피의 공동창업자다. 스킨케어를 팔다가 AI로 소비자 심리를 설계하겠다는 회사. 그 사이 어딘가에, 우리가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무언가가 있다.
AI 도구 쓰는 회사와 AX 하는 회사의 차이
이승진 대표가 먼저 선을 긋는다. AX는 자동화가 아니라는 것. 자동화는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가 반복하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AX는 다르다.
"과거에는 사람이 내리던 판단을 시스템이 내리는가? 그 판단을 통해 매출이 났음을 증명할 수 있는가? 그 시스템이 더 똑똑해지고 있는가?"
판단의 주체가 사람에서 시스템으로 이동하는 것. 그리고 그 이동이 실제 매출로 증명되는 것. 이게 그가 정의하는 AX다. 클로드나 GPT를 잘 쓴다고 AX가 아니다. 도구를 쓰는 것과 판단을 위임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대부분의 기업이 AI 도입을 선언할 때, 실상은 전자에 머문다. 보고서를 빠르게 요약하고, 회의록을 정리하고, 코드를 조금 더 빠르게 짠다. 메디테라피가 주장하는 건 후자다 — 그 주장이 얼마나 현실화됐는지는 영상에서 직접 확인해야 한다.
마케터의 직관이 가진 두 가지 구조적 결함
AI 도입 이전, 메디테라피의 마케팅 의사결정 방식은 낯설지 않다. 데이터에 기반하되, 마케터의 감과 직관이 일부를 채웠다. 대부분의 D2C 브랜드가 동일한 방식으로 굴러간다.
이 대표는 이 구조의 취약점을 두 가지로 짚는다. [편집됨]는 히스토리 관리의 한계다. 3년 전 어떤 변인이 매출을 올렸는지, 그 당시 담당자는 퇴사했고 기억은 흐릿하다. 조직의 기억은 개인의 기억에 의존하고, 개인의 기억은 결국 소멸한다.
[편집됨]는 해석 편향이다. 사람이 매출 결과를 해석할 때, 자신이 보고 싶은 방향으로 인과를 구성하는 경향이 있다. 이건 나쁜 마케터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구조적 한계다. AI는 다양한 변인을 동시에 놓고, 각각에 가중치를 달리해 분석할 수 있다. 편향 없이.
문제는 AI가 편향이 없다는 주장 자체가 또 하나의 믿음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그 질문은 지금 이 회사가 던지는 질문이 아니다. 그들은 일단 달리기로 했다.
인플루언서 시딩 시스템이라는 과제의 진짜 구조
"화장품 회사 마케팅 문제 아닌가요?"라는 반응을 예상하듯, 이 대표는 이 과제를 세 층위로 해체한다.
- 온톨로지 구축 —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등 SNS 데이터를 정의하고 세계관을 구조화하는 것. 소비자가 어떤 콘텐츠를 보고 무엇을 샀는지, 그 연결을 데이터로 정의하는 일.
- 인과관계 추정 — A, B, C 광고를 보고 구매했을 때, 실제로 어떤 것이 기여했는가. 이건 마케팅 업계가 아직 아무도 완전히 풀지 못한 문제다.
- 반복 가능한 루프 설계 — 증명된 인과를 다시 실행 가능한 구조로 만드는 것.
그가 이것을 "매트릭스를 설계하는 일"이라고 부른다. 현실의 불확실성을 세계관으로 정의하고, 시뮬레이션하고, 다시 개입하는 것. 스킨케어에서 시작해 헤어, 향수, 멀티브랜드로 확장 가능한 구조를 염두에 두고 있다.
그 끝에 "소비자의 마음을 해킹"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유머인지, 야망인지, 경고인지는 보는 사람이 판단해야 한다.
기술자 없는 소비재 회사가 던지는 채용 논리
메디테라피에는 현재 기술자가 없다. 이 대표는 이것을 약점이 아닌 기회로 프레이밍한다. IT 대기업의 500번째, 1000번째 직원이 되는 것과, 소비재 회사에서 시스템을 처음부터 설계하는 첫 번째 사람이 되는 것 — 임팩트의 크기가 다르다는 논리다.
이번 콘테스트를 통해 6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평가 기준은 두 가지다. 문제 정의 능력과 창발성. AI가 솔루션을 찾아주는 시대에, 인간이 여전히 쥐고 있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 대표 나름의 답이다.
흥미로운 건 채용 공고가 아니라 이 질문 자체다. AI가 판단을 대체하는 회사가, 인간에게 요구하는 마지막 능력이 "문제를 잘 정의하는 것"과 "예상 밖의 것을 떠올리는 것"이라면 — 나머지는 이미 시스템에 넘어간 셈이다.
그게 기회인지, 신호인지는 당신이 어느 쪽에 서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