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가 연간 100권 읽는 법: 독서의 멜서스 함정
출처 채널: 범준에 물리다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김범준 교수는 2016년 72권, 2017년 87권, 2018년 108권의 책을 읽었다. 이후에도 연간 50~97권 사이를 꾸준히 유지했다. 2024년에는 51권으로 줄었는데, 본인은 그 원인을 유튜브 채널 운영 시작으로 분석한다.
텍스트가 영상과 다른 이유
김범준 교수는 책의 핵심 가치를 '상상하게 만드는 힘'으로 규정한다. 영상은 정보가 시각으로 직접 유입되기 때문에 수용자가 별도의 상상을 할 필요가 없다. 반면 텍스트는 독자가 묘사된 상황을 머릿속에서 스스로 구성해야 한다. 이 능력이 지적 성장의 기반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 인간이 더 큰 지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어쩌면 영상보단 텍스트가 더 도움이 되는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AI도 이 원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는 앤트로픽 사례를 언급하며, AI 역시 인간이 만든 텍스트를 학습 원천으로 삼는다고 지적한다. 인간이든 AI든, 창의적 결과물의 출발점은 결국 축적된 텍스트 지식이다.
독서량의 멜서스 함정
그는 읽고 싶은 책이 늘어나는 구조를 멜서스의 인구론에 빗댄다. 책 한 권을 읽을 때마다 새로 읽고 싶은 책이 두 권씩 생긴다면, 읽고 싶은 책의 목록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반면 실제로 읽을 수 있는 책은 투자하는 시간에 비례해 산술급수적으로만 늘어난다. 이 간극은 결코 좁혀지지 않는다.
이 구조는 독서를 포기할 이유가 아니라, 어떤 책을 선택해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더 진지하게 설계해야 할 이유로 작동한다.
시스템으로서의 독서
김범준 교수의 독서는 단순한 독서량 축적이 아니다. 그는 독서 클럽 두 곳을 운영하며 월 2권의 책을 심층 분석한다. 프로세스는 다음 순서를 따른다.
- 밑줄과 메모를 병행하며 꼼꼼하게 1독
- 밑줄 친 부분만 재독하며 A4 10~20장 분량으로 요약
- 요약본을 기반으로 독서 클럽 강연 자료 제작
- 동일 요약본으로 언론 기고문 작성(2025년부터 월 2회 뉴스웰 컬럼 연재)
한 권의 책을 읽고, 요약하고, 강연하고, 기고하는 4단계 순환이 지식을 체화시키는 구조다. 그는 이 과정을 거친 책이 현재 약 30권에 달한다고 밝힌다.
독서 범위를 확장하는 방법
그가 추천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책에서 책으로' 독서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물리학자 조앤 베이커의 책을 읽다가 에드가 앨런 포의 유레카와 볼테르의 미크로메가스를 발견하고 구매한 것이 그 사례다. 한 권의 책이 다른 책으로 연결되는 방식이 독서의 외연을 자연스럽게 넓힌다.
그는 독후감과 인상적인 문장을 구글 문서로 별도 관리한다. 작년 5월 기준 누적 945건의 기록이 쌓여 있다. 이 아카이브는 강연과 기고 과정에서 인용 자료로 재활용된다. 기록이 독서를 자산으로 전환하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