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드릭 라마를 듣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출처 채널: 파산일기
이 앨범을 100번 들어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말로 영상은 시작한다. 그 고백이 오히려 핵심이다. 이해 불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들어야 할 이유를 제시하는 것, 그것이 To Pimp a Butterfly가 2015년에 나와 지금도 소환되는 이유다. 이 앨범은 켄드릭 라마 개인의 성공담이 아니라, 흑인이 미국이라는 시스템 안에서 성공했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추적한 구조적 기록이다.
약속은 있었다, 이행은 없었다
앨범 전체를 이해하려면 40에이커와 노새라는 상징부터 알아야 한다. 1865년 남북전쟁 직후, 미국 정부는 해방된 노예 가정에 40에이커의 토지와 노새 한 마리를 약속했다.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켄드릭은 이 미이행된 약속을 앨범 내내 꺼내 든다. 엉클 샘이라는 인물이 등장해 "원하는 건 다 주겠다"고 속삭일 때마다, 그것이 동일한 패턴의 반복임을 청자는 알아야 한다.
To Pimp a Butterfly에서 엉클 샘의 전략은 세 단계로 압축된다. 가르쳐주지 않는다, 쓰게 내버려 둔다, 나중에 전부 가져간다. 웨슬리 스나이프스가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백만 달러 세금을 체납해 연방교도소에 간 흑인 배우, 그는 시스템이 설계한 결말의 표본이다.
앨범은 세 막으로 구성된다
이 앨범의 서사를 따라가려면 켄드릭의 여정이 크게 세 국면으로 나뉜다는 걸 알면 훨씬 수월하다.
- 1막 — 성공과 도취: 컴튼의 가난한 소년이 메이저 레이블의 손을 잡는다. 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른다. 총을 나눠주겠다, 캐딜락을 사겠다는 건 부자의 소비가 아니라 컴튼식 성공 상상이다. 엉클 샘이 등장하고, 미국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여자가 켄드릭에게 더 쓰고 더 달리길 요구한다.
- 2막 — 자기 파괴와 죄책감: BET 어워드에 몸은 있지만 마음은 컴튼에 있다. 친구의 죽음, 여동생의 임신, 생존자의 죄책감. 켄드릭은 3인칭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자기혐오에 가까운 울부짖음을 토해낸다. 루시라는 악마가 등장해 가족을 구해주겠다는 말로 영혼을 요구한다.
- 3막 — 귀환과 인정: 켄드릭은 고향 컴튼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낭만적인 귀향이 아니다. 어린 자신을 만나고, 남아프리카 주유소에서 1달러를 요구하는 노숙자를 거절하며, 그것이 신이었음을 나중에 깨닫는다. 나비의 날개가 돋기 시작하는 건 이 인정의 순간부터다.
앨범을 관통하는 시(詩)의 구조
트랙 사이사이에 나레이션이 끼어든다. 처음엔 두 줄, 그 다음엔 네 줄, 여섯 줄. 앨범이 끝에 가까워질수록 시는 점점 길어지고 점점 무거워진다. 그리고 마지막 트랙에서 비로소 시 전체가 완성된다. 이 구조를 알고 들으면 각 트랙이 독립된 곡이 아니라 하나의 긴 문장을 함께 완성해가는 과정임이 보인다.
또 하나 알아두어야 할 인물은 쿤타 킨테다. 1976년 소설 Roots의 주인공, 자유를 위해 수차례 탈출을 시도하다 발의 일부가 잘린 노예. 켄드릭이 스스로를 킹 쿤타라 부를 때, 그 제목 자체가 모순이다. 왕과 노예, 두 단어가 동시에 붙어 있다. 시스템에 저항하면서도 그 안에서 권력을 과시하는 켄드릭의 자기분열을 한 단어로 압축한 것이다.
그래서 무엇을 들을 준비를 해야 하는가
이 앨범에는 세 종류의 적이 등장한다. 엉클 샘(시스템의 언어로 다가오는 착취), 미국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여자(욕망의 언어로 소비를 부추기는 존재), 루시(죄책감을 정확히 겨냥해 영혼을 요구하는 악마). 셋 모두 괴물의 얼굴로 오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계약서로, 기회로, 가족을 구해주겠다는 약속으로 온다.
나는 당신의 노예가 아니다
켄드릭이 앨범 중반에 내뱉는 이 선언은, 그러나 곧바로 흔들린다. 선언은 쉽고 실천은 어렵다는 것을 이 앨범은 트랙 하나하나로 증명한다. 이 앨범을 온전히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어떤 구조 위에서 켄드릭이 망가지고 다시 일어서는지를 알고 듣는 것과 모르고 듣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경험이다. 영상이 그 지도를 그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