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가 이기는 세상에서 비둘기가 살아남는 이유
출처 채널: Primer
세상에는 두 종류의 존재가 있다. 싸우는 자와 양보하는 자. 당신의 직관은 아마 이렇게 말할 것이다. 결국 싸우는 자가 이긴다고. 그런데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면, 그 직관은 절반만 맞는다. 나머지 절반에서 뭔가 흥미로운 일이 벌어진다.
이 영상은 게임 이론(Game Theory)을 진화 생물학 시뮬레이션으로 풀어낸다. 등장인물은 단 둘이다. 매(Hawk)와 비둘기(Dove). 매는 공격적으로 음식을 빼앗고, 비둘기는 마주치면 그냥 나눈다. 단순한 설정이지만, 이 두 전략이 한 세계에서 공존하기 시작하면 예상치 못한 결과가 튀어나온다.
매가 많을수록 매는 불리해진다
매가 비둘기를 만나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비둘기는 먹이의 절반만 가져가고, 매는 1.5배를 챙긴다. 숫자만 보면 매 전략이 명백한 승자처럼 보인다. 그런데 매가 또 다른 매를 만나면? 둘 다 싸움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고, 결국 아무것도 없이 집으로 돌아간다. 최대 인구 규모조차 비둘기로만 이뤄진 세계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반면 비둘기는 적어도 굶지는 않는다. 같은 비둘기를 만나면 각자 먹이 한 조각씩, 생존은 보장된다. 매가 득세하는 환경일수록 비둘기는 오히려 안전하다. 왜냐하면 비둘기는 매와 싸우지 않고 그냥 내어주기 때문이다. 손해이지만, 치명적이진 않다.
최선의 전략은 상대방의 전략에 달려 있다
이 영상의 핵심 긴장은 여기서 발생한다. 매와 비둘기 중 어느 쪽이 옳은가가 아니라, 어느 쪽이 더 많냐에 따라 최선의 선택이 바뀐다는 것이다. 비둘기가 많은 세계에선 매가 유리하고, 매가 많은 세계에선 비둘기가 유리하다. 게임 이론은 이런 상황을 내쉬 균형(Nash Equilibrium)이라고 부른다. 아무도 일방적으로 전략을 바꿔서 이득을 보지 못하는 지점, 즉 두 전략이 팽팽하게 공존하는 균형점이다.
하나의 가장 강한 전략은 없다. 최선의 선택은 상대가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시뮬레이션에서 이 균형은 대략 매 50%, 비둘기 50%에서 수렴한다. 자연선택은 종 전체의 이익을 위해 작동하지 않는다. 개체 각각이 자신의 생존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집합이 균형점을 찾아간다. 의도 없이, 설계 없이.
그런데 싸움의 비용이 달라지면
여기서 영상은 흥미로운 변수를 던진다. 매끼리 싸울 때의 손실이 줄어들면 어떻게 될까. 싸움에서 잃는 것이 적을수록 매 전략은 점점 더 매력적이 된다. 그리고 특정 임계점을 넘으면, 내쉬 균형이 사라진다. 비둘기를 선택할 이유가 구조적으로 없어지는 것이다. 모두가 매가 되고, 모두가 싸우고, 협력했을 때보다 훨씬 나쁜 결과를 함께 맞이한다.
영상은 이 상황을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라고 부른다. 개인의 합리적 선택이 집단의 비합리적 결과로 이어지는 구조. 낯선 이론이 아니다. 우리는 이 구조를 매일 살고 있다.
그렇다면 이 딜레마에서 빠져나올 방법은 있을까. 영상은 그 답을 유보한다. 다음 영상에서 이야기하겠다고, 조용히 티저를 던지고 끝난다. 매와 비둘기의 이야기가 실은 시작에 불과했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아직 가장 중요한 질문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