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 이론의 계보: 뉴턴에서 M이론까지, 물리학자들이 쌓아온 통일의 서사
출처 채널: EBS 컬렉션 - 사이언스
왜 '하나의 이론'인가
물리학자들이 집착하는 질문이 하나 있다. 우주의 모든 현상을 단 하나의 방정식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이것은 미학적 취향이 아니라, 구조적 불완전함에서 비롯된 과학적 의무에 가깝다. 현재 물리학은 두 개의 이론 체계가 공존하는 상태다. 거시 세계를 지배하는 일반 상대성 이론과, 미시 세계를 지배하는 양자역학. 문제는 이 둘이 수학적으로 양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통일의 역사: 세 번의 합침
물리학의 역사는 분리된 현상을 하나의 법칙으로 합쳐온 과정이다. 뉴턴은 첫 번째 통일을 해냈다. 사과가 떨어지는 운동과 달이 궤도를 도는 운동은 전혀 다른 현상처럼 보였지만, 만유인력이라는 단일 원리로 하나가 됐다. 지상의 역학과 천체의 역학이 같은 법칙을 따른다는 것은 당시로선 충격적인 통합이었다.
두 번째 통일은 1864년 맥스웰이 완성했다. 전기와 자기는 별개의 힘처럼 보였지만, 전자기력이라는 단일 체계로 묶였다. 빛이 전자기파의 일종이라는 사실도 이 통일에서 나왔다. 이동통신, 인터넷, 발전기가 모두 이 발견 위에 서 있다.
세 번째는 아인슈타인의 차례였다. 27세에 발표한 특수상대성이론은 뉴턴 역학의 한계를 드러냈다. 특수상대성이론에는 중력이 없었다. 아인슈타인은 10년을 더 써서 중력을 포함한 일반 상대성 이론을 완성했다. 핵심 통찰은 단순하다. 질량을 가진 물체는 주변 공간을 휘게 만들고, 다른 물체는 그 휘어진 공간을 따라 운동한다. 중력은 당기는 힘이 아니라 공간의 기하학이었다.
20세기 중반 이후 통일은 더 진전됐다. 1960년대 중반, 전자기력과 약력(弱力)이 하나임이 입증됐다. 1970년대 중반엔 강력까지 묶는 이론이 완성됐다. 그러나 중력만은 끝내 합쳐지지 않았다.
네 가지 힘: 이것이 전부다
영상을 따라가려면 우주를 지배하는 네 가지 힘의 정체를 먼저 알아야 한다.
- 중력: 질량을 가진 모든 것 사이에 작용한다. 가장 약하지만 거리 제한이 없어 우주 구조를 결정한다.
- 전자기력: 전하를 가진 입자 사이에 작용한다. 빛, 화학 결합, 전기 모두 이 힘의 결과다.
- 강력(强力): 원자핵 안에서 양성자와 중성자를 붙잡아 두는 힘이다. 이것이 없으면 원자핵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 약력(弱力): 우라늄 같은 원소의 방사성 붕괴를 일으킨다. 핵자를 한데 묶을 만큼 강하지 않아 붕괴 과정에만 관여한다.
각 힘은 매개 입자를 통해 전달된다. 전자기력은 광자(photon), 강력은 글루온(gluon), 약력은 위크 게이지 보존이 담당한다. 중력의 매개 입자는 중력자(graviton)라고 이름까지 붙였지만, 실험에서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왜 블랙홀이 문제인가
일반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이 충돌하는 지점이 바로 블랙홀이다. 블랙홀은 중력이 무한대로 커지는 영역이다. 거시 세계의 법칙인 일반 상대성 이론을 적용해야 할지, 미시 세계의 법칙인 양자역학을 적용해야 할지 결정할 수 없다. 두 이론을 동시에 적용하면 수학적 결과가 무너진다. 1970년대 초부터 물리학자들은 이 근본적 충돌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초끈이론과 M이론: 개념의 구조
기존 입자물리학은 전자나 쿼크를 크기가 없는 점으로 취급했다. 크기가 없으면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확정할 수 없는 양자 불확정성이 극단으로 발산하고, 계산 결과가 무한대가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초끈이론(superstring theory)은 이 문제에 다른 전제를 도입한다. 입자는 점이 아니라 끈(string)이다. 고리형 끈의 길이는 약 10-33cm, 이른바 플랑크 길이 수준이다. 원자를 태양계 크기로 키워도 끈은 나무 한 그루에 불과한 스케일이다.
끈은 진동한다. 진동 패턴이 달라지면 다른 입자로 나타난다. 전자도, 쿼크도, 광자도 모두 같은 끈이 다르게 진동한 것이다. 영상은 이를 바이올린 현에 비유한다. 네 줄이지만 진동 방식에 따라 무한한 음이 나오듯, 끈 하나가 우주의 모든 입자를 만들어낸다는 구조다.
그런데 초끈이론에는 결정적 문제가 있었다. 수학적으로 일관된 이론이 다섯 개나 존재했다. 하나여야 할 만물 이론이 다섯 개라는 것은 자기 모순이다. 이 교착 상태를 돌파한 것이 M이론이다. 10차원에 차원 하나를 더해 11차원에서 내려다보니, 다섯 개의 초끈이론은 하나의 이론이 가진 다섯 가지 단면에 불과했다. 11차원의 이론에서는 끈뿐 아니라 막(membrane, brane)이라는 2차원 이상의 구조물도 등장한다. 우리 우주는 이 막 위에 존재하는 하나의 사례일 수 있다.
M이론이 아직 답하지 못하는 것
M이론은 수학적 통일을 제시하지만, 한 가지 질문에 침묵한다. 이론이 허용하는 수많은 우주 중 왜 하필 이 우주인가. 광속이 다른 우주, 중력 상수가 다른 우주,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는 우주도 이론 안에 포함된다. 우리 우주의 필연성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 현재 초끈이론과 M이론이 직면한 가장 근본적인 한계다.
수백 년에 걸쳐 네 가지 힘을 하나로 묶으려는 시도는 매번 한 단계씩 전진했지만, 아직 완결되지 않았다. 이 미완의 구조를 이해하고 영상을 보면, 물리학자들이 왜 그 질문을 놓지 못하는지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