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아치우기"와 "마케팅"은 처음부터 다른 말이었다
출처 채널: 일헥타르 컴퍼니
마케팅을 잘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묻는 건 "어떤 채널이 효과적인가"다. 세스 고딘은 그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채널보다 먼저, 개념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고.
마케팅이라는 단어가 오염된 경위
1950년대, 마케팅과 광고는 사실상 같은 말이었다. 예산을 쥔 담당 임원들의 전유물이었고, 공급자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밀어붙이는 구조가 기본값이었다. 이후 소비자 중심의 사고가 등장하면서 마케팅의 개념은 진화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구태가 반복되고 있다. 소수의 잘못된 관행이 마케팅이라는 개념 전체에 먹칠을 한 셈이다.
세스 고딘이 『마케팅이다』에서 첫 문장부터 공격적인 이유가 여기 있다. 개념의 오염을 방치한 채 기술만 가르치는 건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선언한다.
무엇보다 마케팅은 변화다. 문화를 바꾸고 세상을 바꿔라. 마케터는 변화를 일으킨다.
"팔아치우기"와 "변화"는 어떻게 다른가
동대문에서 흰색 티셔츠 1,000장을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마케팅을 '판매 행위'로 이해하는 사람은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아무에게나 전화를 걸고, 심리전을 구사한다. "안 사면 손해"라는 불안을 심어 클로징을 유도한다. 효과가 전혀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 관계는 거기서 끝난다.
마케팅을 '변화'로 이해하는 사람은 다르게 접근한다. 흰 티셔츠에 관심 없던 사람을 "갖고 싶다"는 상태로 바꾸는 것이 목표다. 팔로어가 있는 모델들이 흰 티셔츠를 캐주얼하게 코디해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에 자연스럽게 등장하게 하고, 패션 인플루언서와 SNS 콘텐츠를 연결하면 어느 순간 "요즘 세련된 아이템"이라는 인식이 형성된다. 구매는 강요로 일어나는 게 아니라, 문화가 만들어질 때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이것이 세스 고딘이 말하는 긴장의 창출과 해소다. 사람들의 꿈과 욕망을 자극해 긴장을 만들고, 그 해소의 경로로 자신의 브랜드를 위치시키는 것. 단순히 개념을 다르게 정의했을 뿐인데, 전략의 결이 완전히 달라진다.
이 책이 불편한 사람들이 있다
억압적 마케팅을 구사하는 이들 중 세스 고딘을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영상의 화자는 말한다. 그들은 고딘을 "허황된 이야기를 하는 사람"으로 치부한다. 이 반응 자체가 흥미롭다. 개념이 불편한 게 아니라, 자신의 방식이 부정당하는 게 불편한 것이다.
고딘의 프레임에서 보면, 팔아치우기에 최적화된 마케터일수록 이 책이 더 어렵게 느껴진다. 책의 문장들이 날카롭게 읽히는 건, 독자의 전제를 공격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중립적인 자세로 이 책을 읽기는 쉽지 않다. 어느 쪽이든 입장을 정해야 한다.
뿌리 없이 높이 자랄 수 없다
영상에서 인용된 고딘의 또 다른 문장은 이렇다.
큰 해바라기일수록 깊고 복잡한 뿌리를 가졌다. 뿌리가 단단하지 않으면 높이 자랄 수 없다. 이 책은 바로 그 뿌리에 대한 이야기다.
많은 마케터들이 크기를 키우는 데만 집중하느라 뿌리를 놓친다. 누구를 위한 변화인지, 어떤 꿈과 욕망을 건드릴 것인지—이 질문 없이 쌓아올린 캠페인은 뿌리 없는 나무다. 그래서 고딘이 제시하는 궁극의 질문은 단 하나다.
마케팅에 대한 거의 모든 질문의 답은 하나로 통한다. 바로 누구를 도울 것인가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마케팅을 시작하기 전에, 전략보다 채널보다 먼저 이 질문을 떠올리는 것. 그게 세스 고딘이 이 책의 첫 페이지에서부터 주장하는 공부의 순서다. 당신은 지금 누구를 도우려 하고 있는가—아니면, 누구에게 팔아치우려 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