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망하기까지, 사모펀드는 무엇을 했나

출처 채널: 지식한입

홈플러스가 파산 직전까지 갔다는 뉴스가 나왔을 때, 대부분의 반응은 "대형마트가 요즘 힘들긴 하지"였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이 사건이 단순히 '유통업 불황의 희생양' 이야기라면, 굳이 들여다볼 이유가 없다. 문제는 이것이 업황 탓이 아니라 처음부터 설계된 구조의 귀결이라는 점이다.

영상은 그 구조를 정면으로 해부한다. 홈플러스는 어떻게 지금의 상태가 됐고, 뒤에 있는 사모펀드는 어떻게 작동하며, 우리가 매일 소비하는 프랜차이즈와 이 구조는 어떻게 연결돼 있는가. 영상을 제대로 보려면 몇 가지 개념과 맥락을 먼저 알고 들어가는 편이 낫다.

홈플러스의 역사: 삼성에서 테스코, 그리고 MBK로

홈플러스는 원래 삼성물산이 만든 브랜드다. 그런데 창업 직후 IMF가 터지면서 삼성은 비핵심 사업을 정리했고, 홈플러스 지분은 영국의 대형 유통기업 테스코(Tesco)에 넘어갔다. 미국의 월마트, 프랑스의 까르푸에 견줄 수 있는 글로벌 유통 공룡이다. 테스코는 이후 15년 이상 홈플러스를 운영했다.

전환점은 2015년이다. 테스코는 홈플러스 지분을 MBK 파트너스에 매각했고, 매각 대금은 약 7조 원이었다. 국내 유통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테스코는 대형마트 업황이 내리막을 걷기 직전에 고점 매도에 성공한 셈이다. 반대로 MBK는 고점에 사서 물린 구조가 됐다.

차입매수(LBO): 남의 장기로 담보를 잡는 방식

단순히 비싸게 샀다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샀느냐가 핵심이다. MBK가 홈플러스 인수에 사용한 방식은 차입매수(LBO, Leveraged Buyout)다.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할 때 자주 쓰는 기법으로, 구조가 독특하다.

일반적으로 빚을 내려면 자기 담보를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 LBO는 다르다. 사려는 회사의 자산, 즉 홈플러스의 자산으로 담보를 잡는다. MBK의 자산이 위험에 처하는 게 아니라, 홈플러스가 인수 대금 조달의 리스크를 떠안는 구조다. 아직 내 것도 아닌 회사의 장기를 먼저 담보로 잡고 그 돈으로 그 회사를 사는 셈이다.

이 구조가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했는지는 이후 행보에서 드러난다. MBK는 홈플러스 인수 후 점포 부동산 자산을 매각해 빚을 갚았다. 그런데 팔고 나서 바로 떠나지 않았다. 매각한 건물에 다시 월세를 내고 들어가 영업을 지속했다. 결과적으로 자산은 줄고 임대료라는 고정 지출은 늘어나는 비용 구조가 완성됐다. 현금이 지속적으로 새는 구조를 스스로 만든 것이다. 설비 투자는 줄었고, 경쟁력도 따라서 빠졌다.

사모펀드(PEF)를 이해하는 최소한의 언어

영상을 제대로 따라가려면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 PEF)공모펀드의 차이부터 알아야 한다. 공모펀드는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대신 규제가 많고 투자 자유도가 낮다. 사모펀드는 반대다. 소수의 자산가나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비공개로 자금을 모으고, 규제가 유연한 만큼 훨씬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사모펀드 안에서도 종류가 나뉜다.

  • 사모 대출 펀드: 기업에 대출하거나 채권에 투자해 이자 수익을 얻는다.
  • 부동산·인프라 펀드: 부동산이나 인프라에 투자해 임대료·통행료 수익을 거둔다.
  • 헤지펀드: 주식·채권·파생상품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며 하락장에도 베팅한다.
  • 바이아웃 펀드(Buyout Fund): 기업을 통째로 혹은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을 인수한 뒤, 기업 가치를 높여 되팔아 차익을 얻는다. MBK 파트너스가 여기에 해당한다.

흥미로운 것은 국민연금·공제회·보험사 같은 기관 투자자들도 사모펀드에 상당 부분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다.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결국 사모펀드의 '큰손' 중에는 우리의 연금과 보험료도 섞여 있다.

바이아웃 펀드의 논리: 단기 수익화의 구조적 한계

바이아웃 펀드의 목표는 간단하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 그 사이에 기업 가치를 올려야 하는데, 방법은 대개 비슷하다. 돈 안 되는 사업 정리, 자산 매각, 비용 절감, 사업 전략 전환. 이 과정이 잘 맞아떨어지면 부실 기업이 되살아나는 사례도 분명히 있다.

문제는 이 펀드들이 구조적으로 빨리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 아래 있다는 점이다. 투자자에게 약속한 수익을 돌려줘야 하고, 인수 당시 진 빚도 갚아야 한다. 단기 수익화 압박이 장기 경쟁력을 갉아먹는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구조적 한계다.

BHC 사례는 이 이중성을 잘 보여준다. MBK가 2018년 인수한 치킨 프랜차이즈 BHC는 이후 업계 1위로 올라섰고, 영업이익률은 20~30%대를 수년간 유지했다. 외형상 성공이다. 그런데 그 이익의 80~90%가 주주 배당으로 빠져나갔고, 소비자 가격과 가맹점 원자재 공급가가 동시에 오르면서 마진이 극대화됐다는 비판이 따라붙는다. 이익이 재투자와 혁신 대신 현금화됐을 때, 양적 성장이 질적 성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프랜차이즈가 사모펀드와 잘 맞는 이유

바이아웃 펀드가 외식 프랜차이즈를 선호하는 데는 구조적 이유가 있다. 프랜차이즈는 그 자체가 레버리지 사업 모델이다. 가맹점주의 자본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운영 비용·임대료·인건비·리스크도 상당 부분 점주가 부담한다. 본사는 적은 자본으로 큰 규모를 굴릴 수 있다.

남의 돈을 모아 투자하고 레버리지를 극대화하는 사모펀드의 논리와, 점주 자본으로 규모를 키우는 프랜차이즈의 논리가 겹친다. 거기에 규모의 경제로 원자재 비용을 낮추고 공급망을 표준화하는 방식도 바이아웃 펀드의 비용 절감 전략과 잘 맞아떨어진다.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외식 프랜차이즈 상당수가 사모펀드와 연결돼 있는 것은 이 구조적 친화성 때문이다.

홈플러스 사태의 핵심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 기업의 리스크가 구조적으로 다른 곳에 전가될 때, 그 청구서는 누구에게 날아오는가. 고용된 직원들, 납품 업체들, 가맹점주들, 그리고 매장을 이용하던 소비자들. 영상은 이 질문을 직접 던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맥락을 알고 나면, 스스로 묻게 된다.

원본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qV1BdciRhn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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