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브론이 유니폼을 찢은 날, NBA는 무엇을 잃었나

출처 채널: 애슬레틱 라이프 Athletic Life

2015년 11월, 르브론 제임스는 3점 슛 세 개를 연속으로 놓친 뒤 멈춰 섰다. 그리고 유니폼 소매를 두 손으로 잡아 찢었다. 양쪽 소매가 뜯긴 채로 그는 남은 경기를 그대로 소화했다. 코트에서 유니폼을 찢는 선수. NBA 역사에서도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그 유니폼은 반팔이었다. 그리고 르브론의 불만은 그날 처음 터진 게 아니었다.

왜 농구는 오래도록 민소매였나

초기 농구에는 소매가 있었다. 긴 셔츠에 긴 바지, 지금 기준으로 보면 체육관에서 하기엔 너무 무거운 차림이었다. 하지만 경기 속도가 빨라지고 경쟁 수준이 높아지면서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더 가볍고 통기성 좋은 민소매를 선택했다. 1930년대 이후 민소매 상의에 반바지 조합은 전 세계 농구의 표준이 됐고, 그 관성은 거의 한 세기 동안 이어졌다.

흥미로운 건, 이 '전통'이 실은 규정이 아니라는 점이다. FIBA 유니폼 규정은 소매 끝이 팔꿈치 위에 위치해야 하며 긴 소매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명시할 뿐, 민소매를 강제하지는 않는다. NBA 역시 모든 팀 선수는 동일한 저지를 입어야 한다는 조항만 있고, 소매 길이에 대한 구체적 제한은 없다. 금지가 아니라 관습이 민소매를 지켜온 것이다.

NBA가 전통을 깬 이유, 결국 돈

2011년 NBA는 긴 진통을 겪었다. 구단주와 선수 노조 간 갈등으로 149일간 리그 문이 닫혔고, 그 여파로 정규 시즌은 82경기에서 66경기로 줄었다. 재정 손실은 컸고, 리그는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했다.

그 해답 중 하나로 떠오른 것이 반팔 유니폼이었다. NBA 비즈니스 애널리스트 매트 파월은 이렇게 분석했다.

팬들이 일상에서 입기 편한 티셔츠 형태로 만든 것은 철저히 머천다이즈 판매를 위한 시도다.

발상 자체는 단순했다. 민소매 유니폼은 일상에서 입기 부담스럽지만, 반팔 형태라면 팬들이 경기장 밖에서도 걸칠 수 있다. 당시 확산되던 블로코어(Blocore) 트렌드, 즉 스포츠 유니폼을 스트리트웨어와 믹스해 연출하는 패션 문화도 반팔 유니폼의 상업적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논거가 됐다. 여기에 소매 면적이 늘어나면 광고 부착 공간도 늘어난다는 계산까지 더해졌다. 당시 커미셔너 애덤 실버는 광고는 고려 사항이 아니었다고 부인했지만, NBA는 2017년부터 실제로 유니폼에 광고를 붙이기 시작했다.

2013년, 공식 유니폼 공급사 아디다스와 함께 NBA는 반팔 유니폼을 정식 도입했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노란 반팔 저지로 처음 등장했고, 크리스마스 특별 경기에서는 출전한 모든 팀이 반팔 유니폼을 착용하며 세간의 시선을 끌었다.

선수도, 팬도 등을 돌렸다

반응은 냉혹했다. 선수들의 불만은 SNS와 인터뷰를 통해 쏟아졌고, 어떤 선수는 "모든 반팔 유니폼을 모아 불태워야 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불만의 핵심은 두 가지였다. [편집됨]는 기능 문제. 소매가 어깨와 겨드랑이 부위를 눌러 슛 동작을 미세하게 방해한다는 것이었다. 르브론은 이렇게 표현했다.

핑계를 대는 건 아니지만, 반팔 유니폼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슛할 때마다 겨드랑이 밑이 잡아당겨지는 느낌이 든다.

NBA 최고의 슈터로 꼽히는 스테판 커리 역시 "정말 못생긴 유니폼"이라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편집됨]는 정체성과 미학의 문제. 선수들은 민소매가 근육질의 팔을 드러내며 NBA 특유의 강인한 이미지를 완성한다고 생각했다. 반팔은 그 이미지를 지운다고 느꼈다.

팬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2014년 무렵에는 반팔 유니폼 폐지를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까지 등장했다. 미국의 한 소매 체인 바이어는 10만 원이 넘는 반팔 유니폼보다 팀 로고가 새겨진 일반 티셔츠를 훨씬 더 선호한다는 소비자 반응을 전했다. 판매 실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반팔이 경기력을 망쳤을까, 아니면 머릿속이 문제였을까

그렇다면 반팔 유니폼은 실제로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을까. 데이터는 의외로 모호하다. 르브론은 2014년 3월 반팔 유니폼 착용 경기에서 19득점, 야투율 33.3%를 기록했다. 하지만 2016년 반팔 유니폼으로 소화한 다섯 경기에서는 평균 29.2득점, 야투율 54.4%를 찍었다. 클리블랜드는 그해 반팔 유니폼 착용 경기에서 전승을 거뒀고, 시즌 우승까지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기능적 문제보다 심리적 요인이 더 컸다고 본다. 어릴 때부터 민소매만 입어온 선수들에게 반팔의 낯선 착용감은 그 자체로 불편함이 됐고, 그 불편함이 심리적 부담으로 연결됐다는 해석이다. 유니폼이 바뀐 게 아니라, 그 유니폼을 대하는 마음이 경기에 스며들었던 것이다.

4년의 실험, 조용한 퇴장

선수의 불만, 팬들의 외면, 판매 부진. 세 가지가 겹치면서 NBA는 더 이상 이 실험을 밀어붙일 이유를 잃었다. 2017년 나이키가 공식 유니폼 공급사로 선정되면서 반팔 유니폼은 공식적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나이키는 계약 직후 반팔 유니폼 도입 계획이 없다고 못을 박았고, 공개된 새 라인업은 전통적인 민소매 디자인으로만 채워졌다.

도입 후 4년 만이었다. 르브론이 소매를 찢은 그 장면이 어떤 의미에서는 이 실험의 종착점을 예고한 셈이었다. 반팔 유니폼은 실패한 시도였지만, 그 실패 안에는 NBA가 돈을 위해 얼마나 과감한 선택을 감행했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왜 통하지 않았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영상은 그 안쪽을 들여다본다.

원본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zc9yt5Y9J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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